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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o
Exhibition
WON BYEONGHUN
artist
Profile
원병훈
won byeonghun
010-2820-7174
onebing@naver.com
instagram_onebing_work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화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
작가노트_180928
2007년부터 이어져 왔던 나의 작업은 그 조형적인 형식과 기법에 있어 다양한 실험과 결과물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다양한 결과물들을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것은 자유로운 드로잉(선 또는 획)의 흔적과, 그것이 구성하고 있는 사실적인 형상을 한 화면 상에 공존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 시작은 어느 날 문득 사실적이고 깔끔하게 완결된 사진 같은 자화상을 보며 느낀 괴리감에서 비롯됐다. 그것은 화면상에 나의 모습이 실제가 아니라 마치 박제된 동물은 보는 듯한 묘한 이질감 때문이었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인식하고 있는 모든 것들은 시각적으로 끊임없이 변화해 가고 있다. 시지각적으로 변화를 느끼기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할 수도 있지만 푸른 나뭇잎은 계절에 따라 점점 붉게 변해가고 있으며, 사람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인체의 수 많은 세포들이 없어지고 생겨나기를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죽지 않고 오래 가는 조화보다 금방 낙화 해 버릴 생화에서 찰나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물론 화면상에 시각적으로 재현된 대상은 예술작품으로써의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경직되어 있는 듯한 화면을 바라보며 좀 더 실재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을 하고자 하는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불가에서는 제행무상諸行無常 제법무아諸法無我라고 한다. 생멸변화 하는 모든 것은 항상성이 없으며 그 안에 나의 모습 또한 관계 안에 있을 뿐 실체가 없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인식하는 대상은 고정불변하는 존재로 정의 내릴 수 있기보다 가변적인 어느 순간의 모습일 뿐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흘러가는 물 속에 순간적으로 비추어진 모습을 정의 내리며 타인에게 설명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수 많은 관계 속에 존재하는 지극히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며 변화 하는 대상을 인위적인 틀을 만들어 가두는 행위이다. 그것은 마치 둥근 컵에 담긴 물만을 보고 그것이 본질이라며 착각하여 사각 컵에 든 물은 물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오류가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이에 대해 장자는 오히려 자신을 잃어버리는 망아忘我의 경지를 통하여 세계와 하나 되어 자유롭게 되는 모습으로 설명하고 있다
동양에서는 ‘모든 존재 형상은 기氣의 취산聚散으로 이루어진다’고 얘기 한다. 기는 끊임없이 활동운화活動運貨하며 우리의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나의 작업에서 이러한 기는 조형적 기본요소인 선line으로 상징화 되며, 그 과정에서 드로잉은 긋는 행위로 순간의 흔적을 남긴다. 수 많은 선을 그어가며 진행 되는 작업 과정은 사실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형상과 추상적인 흔적 그 자체의 모호한 경계 어디쯤에서 완료 된다. 나의 작업물을 경계선에 위치시켜 사실적인 세계와 추상적인 두 세계의 매개채로 인식하게 한다. 나는 이 모호한 경계를 제시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일반적으로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형상과 변화하는 흐름 둘 모두를 인식하게 하며, 더 나아가 그 둘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써 하나임을 느끼게끔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장자의 호접지몽은 장주와 나비가 주체와 객체로 나누어져 실체와 허상이라는 이분법적 접근 이라기보다는 그 경계 자체의 모호함에 대한 드러냄이다.
나의 작업을 통하여 지금도 순간순간이 만들어 내고 있는 천변만화의 경계선에 서서, 세계를 관조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